상상력은 나의 힘 | 2007/12/13 21:48


메타포적 표현양식은 강점과 약점을 동시에 가진다.

강하고 직접적인 은유로 가득찬 글쓰기를 하는 사람은 삶에 대한 관찰력으로 투철하다. 모든 행간마다 '마치 뭐뭐와 같은'을 숨기고 있는 문장들은 더 풍부하고 직관적인 이미지들을 형성하며 독자를 돕고 있다. 그는 작은 것 하나도 놓침이 없는 섬세한 촉수를 타고 나서 모든 것을 통계화하거나 빗대어 생각하는 것이 내면화되어있는 것이다. 가장 참신한 비유를 떠올릴 때마다 마음 속에선 무릎을 탁 치며 스스로에 대한 존경심이 피어오를테고 점점 갈수록 은유의 스킬은 배양된다.
그런데 내 생각이 조금 다르다. 은유로 가득찬 글은 독자의 상상력에 제약을 가한다. 나는 상상력을 북돋워주는 글이 좋지 상상하는 것을 편리하게 이미지로 만들어주는 글은 아직은 사양이다. 그렇다고 해서 은유가 없는 글을 곧 예리한 표현력의 결핍과 등치시킬 수 없는데 어쨌든 나는 날카롭고 정확한 단어와 표현으로 이루어진 상상력을 부풀려주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것이다. 은유로 가득찬 글은 너무 공들여서 자신의 느낌을 설명하려 한다는 의심이 든다. 모호함을 설명해야 할 때 은유를 통해 하는 것은 가장 손쉬운 방법인 것이다. 은유가 때로는 관용어가 될 수 있는 개연성을 가진다. 그리고 은유는 때때로 수평적으로 수도없이 난무하는 아는 것들을 문어발로 엮어주는 기능을 한다. 단순히 인용하고 은유한다고 해서 그걸 다 아는 게 아닌데 말이다. 이런 비밀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냥 와 하고 무턱대고 다 흡수해버리니까 이 부분을 약간 계몽시킬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정말 빛나는 은유를 만났을 때 그 은유는 내가 모르던 사이에 쌓였던 가뭄을 해갈해주기도 한다. 시원한 빛과 같다. 그렇기 때문에 이따금씩 사용할 비밀의 묘법이 되어야하는 것이다.

그리고 욕심이 많으면 문장은 무거워지기 마련이다.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다가는 부자연스러움밖에 남지 않는다. 얼만큼 비워냈느냐가 얼마나 채울 수 있느냐를 결정짓는다.

어쨌거나 문장을 기획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할 말이 없다. 전광석화처럼 영감이 수직으로 임해서 술술술 문장이 잉태되는 것 밖에는 아직 모르는 아장아장 어린애인 나로써는. 그래서 정성스럽게 다듬고 지우고 고치고 그렇게 탄생되는 글은 미개척의 신비다. 글들은 대부분 고친 것보다 고치기 전이 훨씬 낫다. 하지만 여러 번 읽어보는 것은 중요하다. 무엇보다 창조자에게 그 글은 가장 의미있기 때문이다. 거듭 읽을 때마다 새로운 대화가 열릴 것이다. 그리고 아는척 하려고 작정하고 쓰는 글은 냄새가 있는데 그 냄새를 감출 길이란 없다.

 
2007/12/13 21:48 2007/12/13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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