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걷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며칠 전에 후배 둘을 만나는 약속이 있던 날 하루동안 6만원을 쓴 날이 있었다. 점심에 먹은 부페는 내가 더 많이 먹고, 저녁에 먹은 파스타는 내가 더 냠냠 먹었지만 뒤끝은 조금 남았었다. 책 선물도 해주고 싶었지만 다음으로 미루었다. 하지만 그 날은 근래 참 행복했던 봄날이었다. 그런데 오늘 너무 비싼 저녁을 얻어먹었다. 몸둘바를 몰랐지만 그냥 감사히 받고 즐거이 먹고 나중을 기약하는 것도 내가 마땅히 누릴 줄 알아야 할 호사라는 걸 알게 됐다. 청바지를 같이 사러 가서 계산을 대신 해 주는 언니에게 받은 사랑을 내가 흘려받았고 난 또 다른 사람에게 흘려주면 그려면 된다고 하였다. 흘려준다는 것, 잘 흘러가도록 길을 만들고 졸졸졸 내가 가진 것들을 흘려보내는 것.
오늘은 하나를 잃었고, 그리고 또 다른 여럿을 얻었다. "잃으면 얻으리라" 이 구절은 어제 밤에 읽은 구절이다.
씩씩하지 않을 수 있는 것에서 아름다움이 나온다는 말과 낯선 동네 창성동의 고즈넉한 한옥집에서 누린 저녁과 재잘거리며 토해낸 불안한 생기의 20대를 가이드해주는 소중한 인연을 봄이오는 길목의 차가운 밤공기에 대고 홀로 자랑을 하였다. xizh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