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909
오늘 오랜만에 회사에서 졸았다. 통창으로 비추는 귀한 가을볕. 볕이 발목을 적시고 다리를 타고 올라왔다. 그래서 잠시잠깐 졸았다.
근래 너무 열심히 일만했다. 회사에서 한번도 졸지 않고, 밖에 돌아다니지도 않고 야근도 많이 하고, 저녁도 많이 먹고 그랬다. 22층은 대표님실이 있는 층, 그 층의 회의실에서 여러번 미팅을 했다. 수고했다고 점심도 사주셨다. 그러는 도중 하이어라키가 뭘까 생각했다. 나에겐 그게 너무나 안 어울리는 거였는데 내가 조직성만 거대한 이 곳에 적응을 해왔다는것이 신기했다.
초반엔 이메일에 '좋은하루되세요' 같은말도 쓰고 좋은 글 찾으면 리프레시 메일도 돌리고 내가 언젠가 상사한테 대표님 블로그를 텍스트큐브로 해드리고 싶어요 라는 허무맹랑한 아이디어를 냈었던 아이란게 지금은 상상이 안될 정도다. 그러면서 소셜미디어 어쩌구저쩌구.. 김낙회 블로그가 어쩌구.. 했지만 단칼에 짤렸던.
지금은 절대 이메일 요란하게 안 쓴다. 감사합니다 끝. 그래도 아직까지 절대로 안 쓰는 말은 있다. 누구누구 배상. 이 말은 너무 이상하다.
처음 여기에 와서 얼마 안 됐을 때, 전담고객이 있었는데 내부에서도 말썽이었던 대상이다. 마침 시니어가 그만두고 내가 그 자리를 매웠으니 말도 탈도 많았다. 이따금씩 알지도 못하는 윗사람들 죄다 cc걸려서 빨간 글씨로 pending list 어쩌구 하면서 컴플레인을 하던 클라이언트. 무지 골때렸지만 그래도 참고 했다. 그때마다 하던 생각이 있었다. 내 발로 왔지만 내 발로 안 나간다. 이 직장 하나님이 주신거 맞으니까 하나님이 내보내기 전까진 안 나간다. 그렇게 1년 5개월을 꼭 채웠다. 한 회사 최장근속을 갱신했다.
처음에 그 고객이랑 보이지않는 실갱이가 있을 때 모종의 음모가 있었다는 걸 나중에서야 알게됐다. 아 참 구리고 무서운 곳이군. 하지만 난 정말 회사라는데가 무섭지 않다. 그래서 자꾸 하이어라키 같은것에 매력을 못 느낀다. 거기에 젖어들게 되면 나를 더 많이 잃게 될 것이다. 그래서 젖어들려고 할 때쯤에 계속 나를 깨워야 한다. 그래도 내가 이 곳에 있는 한 우리회사는 잘 될 것이다. 잘 나가고 서비스도 잘 팔리고 그럴 것 같다. 이게 뭔 이상한 결론이냐마는, 어쨌든 나를 잃지 말자.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