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과 워크샵
* 출국 고종석의 <어루만지다>는 인천공항내 어느 북스토어에도 현재 재고가 없다. 책은 사지 못하고 대신 15% 할인받아 향수를 하나 사고 친구가 부탁한 스타벅스 korea 시티머그를 하나 사서 몇번째가 되는지 모를 인천발 북경행 비행기를 타고 돌아왔다. 뱅기에서 유민이를 만나 유민이가 짐을 다 들어줬다. 내가 이번여행에 좀 많이 돌아다녀서 짐 때문에 고생을 좀 하였는데 천사를 보내주셨다.
* 워크샵 팬션의 첫느낌은 감정이 없이 지어진 건물같았다. 콘크리트 외벽이나 넓다란 정원, 일광욕 의자, 오후녘 이층 통창으로 비추는 저녁노을 각도까지. 섬세하게 지어진 시골 부잣집. 저수지가 근처에 있고 바로 앞에 맛있는 토속음식을 만들어주는 식당이 하나 있었으나 식당집 마당의 백구는 외로워보였다. 식당집 공짜커피는 맛이 있었고, 우리는 이틀 내내 카페인에 갈급해했다. 1차 내부회의가 시작되기 전 거실 가득 들리는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그리고 나는 어둑해지는 2층 침실 구석에서 잠시 달콤한 낮잠을 잤다. 음악소리는 2층에서 더 잘 들렸다. 쿠바식 기타선율은 내 잠을 방해하다가도 어렴풋하고 이상한 감정이 들게 했다.
이분 진짜 멋지다. 하는 정서적 이상형들을 많이 만났다. 너도나도 자신의 꿈을 얘기하기 시작했고 간혹 좋아하는 뮤지션이나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내 영화적 경험을 떠들 기회도 있었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연관된 많은 좋은 이미지들이 자꾸 겹쳐졌다. 거의 대부분이 내가 한번쯤 해보고싶다고 생각했던 일들에 종사하고 있는 멋진 사람들이라니. 서로에게 우호적이고 처음 만났지만 신뢰할 수 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그런 관계란 게 있는 것이다. 손에 잡히지 않지만 그러한 독특한 방식으로도 일은 이루어지고 있었다. 신뢰를 기반으로 한 평등한 관계에서 말이다. 가능하면 내가 신뢰하는 괜찮은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싶었고, 양가적으로는 조금씩 비밀스럽게 공유하고싶어지기도 했다. 이상주이자이면서 허풍쟁이를 젤로 경계하는 나로써는 배후에 있는 견고한 방식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나한테 맡겨주면 정말 잘 할 수 있는데 하는 것을 스스로 보았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이었다.
우리가 근본적으로는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약한 존재란 것을 인정하고 나면 애완동물을 키우는 마음으로 새로운 걸 시작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오는 길은 집까지 태워다주셔서 편안하게 왔다. 드라이버는 섬세하게 온도조절을 할 줄 아는, 지금 하고 있는 음악을 평생 할 것 같은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