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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억 071005. | 2007/10/08 00:08

   
몸이 좋지 않아 예정된 기차를 타지 못하고 시간을 늦추었다.
덕분에 정말 보고싶었던 15m짜리 의 어떤 영화를 보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아쉬울 일이 되었지만
또 다른 일들도 있었다. 
서울역에서 샌드위치를 사려고 지하 파리바게뜨를 들렀으나 맛있어보이는 게 없어서
그냥 나오고  ktx가 출발하기 10분도 채 안 남았을 때 2층 파리크라상에 들렀는데
계산을 하려고 보니 거기 매니저가 내 친구였다.
샌드위치랑 크림치즈 데니시랑 아이스커피를 챙겨주었다.
그녀는 내 여행의 첫번째 증인이 되었다.

기차를 타니까 기차를 탄 것 만으로도 너무 좋았다.
창문 발을 한껏 올려놓고 정오의 햇살이 마음껏 들어오도록 내버려두고 가만히 햇빛을 감상했다.
그러다가 가끔씩 뭔가를 읽고 갑자기 영감이라도 떠오르면 막 적어내려갔다. 쉴새없이 종이 위에 글씨를 쓸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생각나면 써내려갈 수가 있다.
내 글씨들이 좋았다.

부산역은 참 좋다. 2층에서 역 전체를 바라보고 1년만에 찾은 부산과 인사했다.
버스를 탈까 조금 망설이다가 전철을 타기로 했다.
그런데 아주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부산 지하철역에서 열차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데,
열차문이 열리더니 정말 반가운 사람이 내리는 것이다.
이따금씩 나의 길을 격려해주는 대학교때 멘토선배를 만났다.
이건 정말이지 미치고 팔짝 뛸 정도로 신기한 일이었다. 이런 우연이 재미있었다.
기차가 오기 전 30분 동안 녹차라떼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었는데,
한 껏 부어있던 마음이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울뻔했는데 참았다.

남포동에서 d와 그녀의 룸메이트를 만났다. d를 부산에서 만나다니 꿈만 같았다.
내년에는 못 올 것 같아 함께 왔다는 d에게 내년엔 선댄스를 가세요 라고 했다.
그 언젠가 선댄스에서 만날 날이 올 것만 같아서 혼자 기분이 너무 좋아졌다.
d는 구스반산트의 영화가 어땠는지 궁금해진다.
크리스티앙 문주의 영화를 같이 보고 우리는 헤어졌고, 나의 영화제의 경험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투비컨티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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